식사 시간마다 아이가 음식을 씹지 않고 입안에 한가득 물고만 있어 애타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나쁜 버릇이 아니라, 아이가 보내는 복합적인 신호일 수 있습니다. 4살 무렵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심리적, 환경적, 신체 발달적 측면에서 깊이 파악하고, 오늘부터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전문가의 체계적인 5단계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 글을 통해 힘든 식사 시간을 긍정적인 소통의 시간으로 바꾸는 여정을 시작해보세요.
이 기사의 과학적 근거
이 기사는 최고 품질의 의학적 근거에만 기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아래 목록은 기사 내용에 직접적으로 참조된 정보 출처와 의학적 지침을 포함합니다.
핵심 요약
- 씹지 않는 행동의 원인: 아이가 씹지 않는 이유는 심리적 저항, 음식에 대한 흥미 부족, 부적절한 식사 환경부터 치아 발달 지연, 구강 운동 기능 미숙과 같은 신체적 문제까지 다양합니다.
- 긍정적 식사 환경 조성: 부모가 맛있게 씹는 모습을 보여주고, “빨리 씹어!”와 같은 압박을 중단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에 TV나 스마트폰 없이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음식 질감의 단계적 조절: 아이가 잘 먹는 부드러운 음식에서 시작하여, 점차 포크로 으깬 음식, 작고 부드러운 덩어리 음식 순으로 질감을 점진적으로 높여나가야 합니다.
- 놀이를 통한 구강 운동: 혀 스트레칭, 볼에 바람 넣기, 비눗방울 불기 등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씹는 데 필요한 턱, 혀, 볼 근육을 자연스럽게 강화할 수 있습니다.
- 전문가 상담의 필요성: 지속적인 체중 감소, 잦은 사레들림, 식사에 대한 극심한 공포 등의 ‘빨간 깃발’이 보이면 소아청소년과, 소아치과, 언어재활사 등의 전문가 상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 우리 아이는 씹지 않을까요? 단순한 습관부터 발달 신호까지
아이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그 원인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가 음식을 씹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버릇부터 복합적인 발달 문제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부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 경우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흔히 나타나는 원인들: 심리, 습관, 그리고 환경
많은 경우, 아이가 씹지 않는 행동은 신체적 문제보다는 심리적, 환경적 요인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 심리적 저항과 방어기제: 아동 발달 전문가들은 아이가 음식을 먹지 않고 입에 물고만 있는 행동을 ‘수동적 공격성(passive aggression)’의 한 형태로 보기도 합니다.2 이는 아이가 악의를 가졌다기보다는, 먹기 싫은 음식을 마주했거나 아직 먹을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방어 메커니즘입니다. 부모의 강요에 직접적으로 “싫어!”라고 말하는 대신, 음식을 물고 버티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죠.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2
- 음식에 대한 흥미 부족: 4살 아이에게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는 놀잇감입니다. 식사보다는 당장 눈앞의 장난감이나 놀이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3 특히 식사 시간이 즐겁지 않고 압박감을 느끼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더욱 음식에 대한 흥미를 잃고 식사를 중요한 활동으로 여기지 않게 됩니다. 또한, 식사 시간 사이에 과자나 음료수 같은 간식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부른 상태라면, 주된 식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4
- 집중을 방해하는 식사 환경: 식사 시간에 TV가 켜져 있거나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보여주는 것은 아이의 집중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주요 원인입니다.4 아이는 화면에 정신이 팔려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심지어 씹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아이가 음식의 맛과 질감을 제대로 느끼고 씹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여, 기계적으로 음식을 받아 삼키거나 물고만 있게 만듭니다.
신체적 발달 문제: 구강 기능과 건강
심리적, 환경적 요인 외에도 아이의 신체적 발달 상태가 씹기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모의 눈에는 ‘안 씹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씹기 어려운 것’일 수 있습니다.
- 치아 발달 지연 및 구강 건강: 아이의 월령에 비해 치아 발달이 덜 되었거나 느린 경우, 음식을 씹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힘들 수 있습니다.6 특히 어금니가 완전히 나지 않았거나 약한 아이들은 딱딱한 채소나 질긴 고기류를 씹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음식만 찾게 됩니다. 또한, 음식을 오랫동안 입에 물고 있으면 입안에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 충치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6
- 구강 운동 기능의 미숙 (Oral-Motor Dysfunction): 씹기는 단순히 치아로 음식을 부수는 행위가 아닙니다. 턱, 혀, 볼 근육이 정교하게 협응해야 하는 복잡한 운동 기술입니다.8 어떤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구강 주변 근육의 긴장도가 낮아(저긴장, low muscle tone)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음식을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10 혀로 음식을 양옆으로 보내 어금니 위로 올리는 동작(혀의 측방 운동)이 미숙하면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고 덩어리째 삼키려 하거나, 음식을 입 밖으로 흘리기도 합니다.8 이러한 구강 운동 기술은 생후 7~9개월경 덩어리 음식을 접하는 ‘결정적 시기’에 충분한 연습을 통해 발달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거나 부드러운 음식만 계속 먹으면 기술 발달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12
- 기타 신체적 불편감: 만성적인 비염이나 코감기로 코가 꽉 막혀 있는 아이는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것을 매우 불편해합니다.6 또한, 과거에 음식을 먹다 사레가 들리거나 구토를 했던 부정적인 경험이 있는 아이는 특정 질감의 음식에 대한 공포나 방어적인 태도(감각적 방어, sensory defensiveness)를 보일 수 있습니다.10
전문가의 시선: 소아 섭식 장애(PFD)의 가능성
대부분의 씹기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원인들을 해결하며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고 아이의 성장과 건강, 가족 전체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소아 섭식 장애(Pediatric Feeding Disorder, PFD)’의 가능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PFD는 단순히 ‘편식이 심한 아이’를 넘어, ‘나이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구강 섭취가 의학적, 영양적, 섭식 기술적, 그리고/또는 심리사회적 기능 장애와 연관된 상태’로 정의되는 임상적 진단입니다.”
– 소아 섭식 장애 합의 정의13
이는 전문가들이 아이의 섭식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적 틀입니다. 부모님이 PFD의 네 가지 영역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 아이의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전문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의학적 문제 (Medical Dysfunction): 음식을 먹는 동안 호흡이 불안정해지거나, 사레들림이 잦아 반복적으로 폐렴에 걸리는 경우 등이 해당됩니다.13
- 영양 문제 (Nutritional Dysfunction): 체중이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나타나는 경우, 또는 튜브나 영양 보충제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13
- 섭식 기술 문제 (Feeding Skill Dysfunction): 바로 이 글의 주제와 가장 밀접한 영역입니다. 나이에 맞는 질감의 음식을 다루지 못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씹거나, 특별한 자세나 도구 없이는 식사가 어려운 경우입니다.13
- 심리사회적 문제 (Psychosocial Dysfunction): 식사 시간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울음, 짜증을 보이거나, 음식 자체를 거부하고, 이러한 문제로 인해 부모-자녀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되는 경우를 포함합니다.13
PFD는 드문 질환이 아니며, 미국에서는 전체 아동의 약 2.7%~4.4%가 겪는 것으로 추정됩니다.14 특히 미숙아, 뇌성마비,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발달상의 어려움이 있는 아동에게서 더 높은 빈도로 나타납니다.14 PFD를 진단하는 것은 부모에게 낙인을 찍기 위함이 아니라, 아이의 어려움을 정확히 이해하고 필요한 전문가의 도움을 연결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전문가의 5가지 솔루션: 단계별 실천 가이드
아이의 씹지 않는 행동 뒤에 숨은 다양한 원인을 이해했다면, 이제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설 차례입니다. 다음 5가지 전문가의 팁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부터 구체적인 기술을 훈련하는 것까지, 아이의 씹기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팁 1: ‘씹는 즐거움’을 보여주세요: 긍정적 모델링과 식사 환경 조성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바로 부모의 행동입니다. 식사 시간을 ‘훈련’이 아닌 ‘즐거운 교감’의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 모든 해결책의 시작입니다.
- 부모가 최고의 모델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며 배웁니다. 식사 시간에 아이와 함께 앉아, 부모님이 먼저 음식을 맛있게 씹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냠냠”, “오물오물”과 같은 재미있는 의성어를 사용하며 입을 크게 벌리고 씹는 동작을 과장되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2
- 압박감 없는 식사 분위기 조성: “빨리 씹어!”, “왜 안 삼켜?”와 같은 다그침이나 꾸중은 아이에게 식사 시간에 대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만 안겨줄 뿐입니다.4 아이를 억지로 먹이려는 시도는 장기적으로 더 큰 음식 거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식사 시간은 가족 모두에게 헌신이 필요한 시간이며, 아이에게 먹는 것은 즐거움이 아닌 ‘일’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17
- 규칙적인 식사 시간과 환경: 매일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2 식사 전에는 TV나 스마트폰을 끄고, 장난감을 치워 아이가 오롯이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4
- 성공 경험에 대한 즉각적인 칭찬: 아이가 음식을 잘 씹어서 삼켰을 때, 즉시 구체적이고 열정적으로 칭찬해주세요. “우와, 우리 OO이 오물오물 씹어서 꿀꺽했네! 최고!”와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은 아이의 바람직한 식사 행동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2
- 흔한 실수 피하기(국에 밥 말아주기): 아이가 씹기 힘들어한다고 해서 국이나 물에 밥을 말아주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5 당장은 쉽게 삼키니 잘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씹는 과정을 생략해 소화에 부담을 주고, 무엇보다 씹는 기술을 연습할 기회를 박탈하여 고형식 거부를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듭니다.5
팁 2: ‘탐색’에서 ‘도전’으로: 음식 질감 단계적 조절법
씹기 능력이 미숙한 아이에게 갑자기 딱딱한 음식을 주는 것은 수영을 못하는 아이를 깊은 물에 밀어 넣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의 뇌와 구강 근육이 새로운 질감에 적응하고 성공의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 성공에서 시작하는 점진적 변화: 아이가 현재 잘 먹고 소화시키는 부드러운 음식에서부터 시작하세요.18 퓨레나 죽만 먹는 아이라면, 완전히 곱게 가는 대신 포크로 으깨서 작은 덩어리가 약간 남도록 하는 ‘포크 으깸(Fork-Mash)’ 기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16
- 한국형 이유식 단계의 재활용: 초기(미음)에서 중기(혀로 으깰 수 있는 죽), 후기(잇몸으로 씹을 수 있는 무른 밥)로 넘어가는 과정 자체가 씹기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과학적인 설계입니다.7 아이가 현재 머물러 있는 단계에서 한 단계 높은 질감의 음식을 소량 섞어주며 천천히 도전하게 하세요.
- 헛구역질(Gagging)에 대한 이해와 대처: 새로운 질감을 시도할 때 아이가 헛구역질을 하는 것은 질식(Choking)과는 다릅니다. 이는 아직 삼키기에는 너무 큰 음식 덩어리를 스스로 뱉어내려는 자연스러운 보호반사입니다.12 부모가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의 표는 아이의 씹기 훈련을 위한 단계별 식단 가이드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이 표를 참고하여 우리 아이의 현재 수준에 맞는 단계부터 시작하고,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천천히 다음 단계로 나아가세요.
단계 | 목표 | 음식 형태 | 추천 식재료 | 전문가 팁 |
---|---|---|---|---|
1단계: 질감 탐색기 | 새로운 질감에 대한 거부감 줄이기, 혀로 음식 탐색하기 | 아주 부드러운 퓨레, 입에서 쉽게 녹는 음식(Meltables) | 푹 익혀 곱게 간 감자, 고구마, 단호박; 요거트; 아기용 쌀과자 | 아이가 혀로 음식을 밀어내더라도 자연스러운 탐색 과정으로 이해하고 격려해주세요.12 |
2단계: 잇몸으로 으깨기 | 혀와 잇몸으로 부드러운 음식을 으깨는 법 배우기 | 포크로 으깬 부드러운 음식, 작은 덩어리가 약간 섞인 죽 | 잘 익은 바나나, 아보카도, 두부, 스크램블 에그, 푹 익힌 파스타 | 아이에게 씹는 시늉을 보여주며 “오물오물” 소리를 내주세요. 아이는 소리와 동작을 모방하며 배웁니다.16 |
3단계: 어금니로 씹기 연습 | 혀의 측방 운동(음식을 옆으로 보내기) 익히기, 어금니 사용 시작하기 | 작고 부드러운 덩어리 (약 0.5cm~1cm 크기) | 부드럽게 찐 닭가슴살, 흰살 생선, 푹 익힌 당근/애호박 조각, 껍질 벗긴 포도 | 아이가 한쪽에 음식을 몰아넣고 씹지 않는다면, 반대쪽 볼을 가볍게 마사지하여 음식을 이동시키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
4단계: 성인식 도전 | 다양한 질감의 음식을 조절하여 씹고 삼키기 | 잘게 자른 일반 식사 (부드러운 것 위주) | 잘게 다진 불고기, 부드러운 나물 반찬, 밥, 잘게 자른 과일 | 아이가 스스로 먹도록 허용하고, 양을 스스로 조절하게 해보세요. 주도권을 주면 책임감과 흥미가 높아집니다.1 |
팁 3: ‘놀이’로 배우는 구강 운동: 씹는 근육 강화 훈련
씹는 행위가 힘겹게 느껴지는 아이들에게는 구강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을 ‘치료’가 아닌 ‘재미있는 놀이’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구강 운동은 씹는 능력 향상과 동시에, 아이의 언어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19
- 혀 스트레칭: 거울을 보며 혀를 길게 내밀거나 코에 대보는 놀이를 통해 혀의 힘과 운동 범위를 넓힙니다.19
- 볼에 바람 넣기: “풍선처럼 볼을 빵빵하게 만들어보자!” 놀이는 볼 근육을 강화하고 음식물이 새는 것을 막아줍니다.
- ‘아에이오우’ 놀이: 입을 최대한 크고 정확하게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놀이는 턱과 입술 주변 근육을 훈련시킵니다.
- 비눗방울 불기 / 빨대 불기: 입술을 오므리는 힘을 길러주어 음식을 흘리지 않고 먹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안전한 씹기 연습 도구 활용: 질식 위험이 없는 안전한 치발기나, 부모의 감독 하에 무설탕 껌을 짧은 시간 씹게 하는 것도 회전하며 씹는 동작 연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16
팁 4: ‘자기 주도’의 힘: 아이의 선택권과 책임감 존중하기
식사 시간의 갈등은 ‘통제권’ 싸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적절한 수준의 선택권과 책임감을 부여하면, 식사 시간의 분위기는 놀랍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요리 과정에 참여시키기: 콩나물 꼬리 다듬기, 수저 놓기 등 간단한 일에 아이를 참여시키면 음식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갖게 됩니다.3
- 스스로 먹을 기회 제공하기: 아이가 손이나 유아용 수저를 사용해 스스로 먹도록 허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4 아이는 음식을 직접 만지고 느끼면서 먹는 행위의 주도권을 갖게 되고 식사를 더 즐거운 활동으로 인식합니다.
- 먹을 양을 스스로 정하게 하기: 여러 반찬을 식판에 조금씩 덜어주고 아이가 더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거나, “밥 얼마나 먹을까?”라고 물어 아이가 원하는 양을 직접 정하게 해보세요.1 이는 아이가 자신의 배고픔과 포만감을 인식하고 식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4
팁 5: ‘관찰하고 기록하기’: 우리 아이만의 패턴 찾기 및 전문가 상담 기준
막연한 걱정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관찰’과 ‘기록’이라는 객관적인 도구가 필요합니다. 약 1~2주간 간단한 식사 일지를 작성하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패턴을 발견하고 언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빨간 깃발’ 체크리스트: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순간
위의 팁들을 꾸준히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거나, 다음과 같은 ‘빨간 깃발’이 보인다면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입니다. 이 체크리스트는 PFD의 진단 기준과도 관련이 있으며13, 상황의 심각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 ] 지속적인 체중 감소 또는 성장 부진
- [ ] 잦은 사레들림, 기침, 구토
- [ ] 식사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
- [ ] 극도로 제한된 식단 (10~15가지 미만)
- [ ] 수 주간의 노력에도 진전 없음
- [ ] 영양 결핍의 징후 (창백함, 무기력함)
- [ ] 가족 전체의 극심한 스트레스17
이 체크리스트에 해당하는 항목이 많을수록,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 체계적인 평가와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떤 전문가를 찾아가야 할까?
가정에서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씹기 문제는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아이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전문가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안내해 드립니다.
첫걸음: 국가 영유아 구강검진 활용하기
가장 먼저, 그리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바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영유아 구강검진입니다. 2022년부터 총 4회로 확대되어, 2차 검진(30~41개월)이 추가되었습니다.21 만 4세(48개월) 아이라면 3차(42~53개월) 구강검진 시기를 앞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진 시 소아치과 의사에게 아이가 음식을 잘 씹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치아나 턱 구조에 이상은 없는지 전문적인 소견을 들어보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훌륭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별 역할과 상담 내용
- 소아청소년과 의사: 아이의 주치의로서 전반적인 성장, 영양 상태를 평가하고 다른 의학적 문제 여부를 확인합니다. 필요시 다른 전문가에게 진료를 의뢰합니다.
- 소아치과 의사: 충치, 부정교합, 턱관절 문제 등 씹는 행위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구조적 원인을 확인합니다.
- 언어재활사 / 섭식치료 전문가: 씹기 문제의 핵심 전문가입니다. 구강 구조, 근육의 힘, 감각 반응 등을 정밀하게 평가하여 맞춤형 구강 운동 치료, 식사 지도 등을 제공합니다.10
- 작업치료사: 특정 질감에 대한 과민 반응 등 감각 처리의 어려움이나 식사 도구 사용 기술의 문제가 클 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23
다학제 팀 접근: 최상의 치료를 위한 협력
소아 섭식 장애(PFD)처럼 복합적인 문제의 경우, 한 명의 전문가보다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접근하는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Team Approach)**이 가장 효과적입니다.13 예를 들어,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재활의학과와 같은 전문 의료기관에서는 삼킴장애 클리닉을 운영하며 재활의학과 의사,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등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환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치료합니다.24 아이의 상태가 복잡하다면, 이러한 다학제 팀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이나 어린이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아이가 씹기 힘들어해서 국에 밥을 말아주는 것이 정말 안 좋은가요?
네, 매우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당장은 아이가 쉽게 삼켜서 잘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씹는 과정을 생략하기 때문에 소화 효소가 충분히 분비되지 않아 위장에 부담을 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씹는 기술을 배울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여 고형식에 대한 거부가 더 오래 지속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5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때 아이가 헛구역질을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헛구역질(Gagging)은 기도가 막히는 질식(Choking)과 다릅니다. 이는 아이가 아직 삼키기에는 너무 큰 음식 덩어리를 스스로 뱉어내려는 자연스러운 보호반사입니다.12 이때 부모가 놀라거나 겁을 먹으면 아이에게 불안감이 전달될 수 있으므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괜찮아, 뱉어내도 돼”라고 격려하며 다음번에는 음식 크기를 조금 더 작게 조절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의 노력만으로 부족할 때, 언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할까요?
제시된 방법들을 수 주간 꾸준히 시도했음에도 진전이 없거나, ‘빨간 깃발’ 체크리스트에 해당하는 상황이 보인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속적인 체중 감소나 성장 부진, 식사 때마다 잦은 사레들림이나 구토, 식사에 대한 극심한 공포 반응, 극도로 제한된 식단(10~15가지 미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소아청소년과 의사, 소아치과, 언어재활사(섭식치료 전문가)와 상담해야 합니다.13
결론: 인내심을 갖고, 함께 성장하는 식사 시간
아이의 식사 습관을 바꾸는 여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이의 작은 시도와 성공 하나하나를 발견하고 함께 기뻐해 주는 부모님의 꾸준함과 따뜻한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2 오늘 배운 팁들을 통해 부모님이 먼저 즐겁게 씹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가 새로운 질감을 탐색할 시간을 충분히 주며, 식사 준비에 즐겁게 참여시켜 보세요. 아이가 씹지 않는 행동은 부모를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직 도움이 필요하다는 아이만의 서툰 표현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 시간이 더 이상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함께 걸어갈 때, 식사 시간은 비로소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소통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 KRHOW 편집팀
그 길 위에서 이 글이 지치고 힘든 부모님들께 작은 위로와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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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란다. 음식을 잘 먹지 않는 아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Accessed August 13, 2025. https://jaranda.kr/solution/75-%EC%95%84%EC%9D%B4%EA%B0%80-%EC%9D%8C%EC%8B%9D%EC%9D%84-%EC%9E%98-%EB%A8%B9%EC%A7%80-%EC%95%8A%EC%95%84%EC%9A%94
- Vinmec. What should you do if the 4-year-old child doesn’t chew their food? Accessed August 13, 2025. https://www.vinmec.com/eng/blog/4-year-old-baby-eats-without-chewing-what-to-do-en
- 베이비뉴스. 아기가 음식을 씹지 않고 삼켜요. Accessed August 13, 2025.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247
- 시선뉴스. [카드뉴스] 음식물을 씹지 않는 아이,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이 보인다. Accessed August 13, 2025. http://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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